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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6조 원에서 멈춘 건기식 시장 — 다음 상품은 영양제가 아니라 루틴이다

6조 원에서 멈춘 건기식 시장 — 다음 상품은 영양제가 아니라 루틴이다

문진 몇 개에 답하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영양제 조합을 받아보는 서비스가 있다. 맞춤영양제 구독 서비스 '필리'는 그 추천을 27만 번 넘게 내보냈다. 식탁 한쪽에 비타민·오메가3·유산균·루테인이 줄지어 있지만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지, 함께 먹어도 되는지,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지는 선명하지 않은 상태.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역설은 여기서 시작된다. 구매는 이미 대중화됐는데 선택과 섭취 경험은 여전히 제품 중심이다.

5년째 6조 원 언저리, 2025년 성장률 0.2%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자료를 인용한 시장 집계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다음과 같이 움직였다.

  • 2021년 5조 6,902억 원
  • 2022년 6조 1,498억 원
  • 2023년 6조 1,415억 원
  • 2024년 5조 9,531억 원
  • 2025년 약 5조 9,626억 원

2025년 성장률은 0.2%에 그쳤다. 시장이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제품 수와 광고 노출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큰 폭의 성장을 만들기 어려워졌다는 신호다. 이미 많은 가정이 건기식을 사는 상황에서는 신규 구매자를 찾는 것보다 선택의 정확도와 재구매 이유를 만드는 일이 중요해진다.

경쟁의 단위도 바뀐다. 성분 함량이나 할인율만이 아니라, '왜 이 제품이 나에게 필요한가'를 납득시키고 실제 섭취까지 이어지게 하는 경험 전체가 상품이 된다.

구매자는 많아졌고, 소비자는 더 까다로워졌다

2025년 건기식 구매 경험률은 83.6%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이미 구매 경험을 가진 셈이다.

구매 경험이 쌓일수록 소비자는 초보 구매자에서 비교 구매자로 이동한다. 원료명과 기능성, 1일 섭취량, 가격, 후기, 광고 표현을 여러 채널에서 확인한다.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말하는 효능보다 내 상황에 맞는 근거와 설명을 찾는다.

마케팅 관점에서 결론은 분명하다. '좋은 원료를 많이 넣었다'는 메시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언제,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지까지 알려주는 콘텐츠가 구매 전환의 핵심 자산이 된다.

개인맞춤형 건기식은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업이다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제도가 본격화되면서 산업의 성격이 바뀌었다. 완제품 판매를 넘어 상담·추천·소분과 조합·사후관리까지 아우르는 서비스 경쟁으로 들어섰다. 관련 영업자는 매장마다 관리사를 두고 안전·품질·위생을 관리하며 기록을 보관해야 한다.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개인맞춤형 서비스는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의료행위가 아니다. 소비자가 제공한 건강정보와 생활습관을 바탕으로 건강기능식품의 선택을 돕는 영역이다. 그래서 추천의 정교함만큼 표현의 경계와 설명 책임이 중요하다.

또 하나. 개인화가 설문 몇 문항 뒤에 제품 세트를 보여주는 추천 엔진에 머문다면 쉽게 복제된다. 상담의 맥락과 추천 이유, 섭취 이후의 기록이 연결될 때 비로소 서비스가 된다.

구독의 KPI는 배송 주기가 아니라 섭취 지속률

건기식 구독은 매달 같은 제품을 할인해 보내는 모델로 시작하기 쉽다. 그러나 제품이 서랍에 쌓이면 정기배송은 곧 해지 이유가 된다. 고객이 원하는 건 배송의 자동화가 아니라 섭취의 지속과 조정이다.

그래서 마케터의 KPI도 확장돼야 한다. 주문 수와 객단가에서 추천 수락률, 30일 섭취 지속률, 상담 후 재구매율로. 고객이 많이 샀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건강관리 습관 안에 들어갔는지를 보는 지표다. 혜택으로 확보한 고객이 실제 사용까지 이어지지 않는 문제는 다른 산업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카드 7장 중 1장이 잠들어 있다에서 다룬 휴면 문제와 구조가 같다.

AI 추천의 경쟁력은 정확도보다 '설명 가능한 신뢰'다

AI는 상담 기록과 구매 이력, 섭취 패턴을 바탕으로 많은 선택지를 빠르게 좁힐 수 있다. 그러나 건강과 관련된 추천은 'AI가 골랐다'는 사실만으로 신뢰를 얻지 못한다. 어떤 정보를 사용했고, 왜 이 제품을 제안했으며, 언제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지를 설명해야 한다.

신뢰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온라인 건강정보의 과장 가능성이 함께 커지고 있어서다. 식약처가 집계한 식의약 분야 온라인 부당광고 적발 건수는 2022년 5만 8,578건, 2023년 5만 9,088건에서 2024년 9만 6,726건으로 늘었다. 다만 이 수치는 건기식만의 집계가 아니라 식품·의약품 등을 포함한 전체 수치이므로, 건기식 업계의 규모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건기식 브랜드가 쌓아야 할 데이터도 단순한 클릭 이력이 아니다. 기능성 근거의 출처, 추천에 사용한 정보, 소비자의 동의 범위, 상담과 변경 기록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이것이 AI 추천을 단기 전환 도구가 아니라 장기 신뢰 자산으로 만드는 기반이다. AI 도구 도입 자체보다 축적이 격차를 만든다는 관점은 쏘카와 삼쩜삼이 시행착오 끝에 찾은 진짜 'AI 격차'와도 이어진다.

실무자에게: 마케팅과 운영을 분리할 수 없는 구조

이 구조에서 마케팅과 서비스 운영은 분리되기 어렵다. 광고가 약속한 개인화 수준을 상담과 배송, 섭취관리에서 실제로 구현하지 못하면 전환율은 높아도 유지율은 떨어진다. 개인화를 광고 카피로만 쓰면, 첫 결제 이후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곧바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건기식 시장은 더 이상 건강 관심층을 처음 발견하는 시장이 아니다. 구매 경험률은 높고 시장 규모는 6조 원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 다음 성장은 더 많은 제품을 진열하는 데서 나오기 어렵다. 소비자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도록 돕고, 선택 이유를 투명하게 설명하며, 꾸준히 먹을 수 있게 만들고, 변화에 맞춰 추천을 조정하는 브랜드가 선택받는다.

건기식의 다음 상품은 영양제 한 병이 아니라 소비자의 하루 안에 자리 잡은 건강관리 루틴이다.

자주 묻는 질문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얼마인가요?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자료 기준 2025년 약 5조 9,626억 원으로, 2022년 6조 1,498억 원 이후 6조 원 안팎에서 정체돼 있습니다. 2025년 성장률은 0.2%였습니다.

건기식 구매 경험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2025년 기준 83.6%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소비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이미 구매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서비스는 의료행위인가요?

아닙니다.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의료행위가 아니라, 소비자가 제공한 건강정보와 생활습관을 바탕으로 건강기능식품 선택을 돕는 영역입니다.

건기식 구독 서비스는 어떤 지표로 성과를 봐야 하나요?

주문 수와 객단가를 넘어 추천 수락률, 30일 섭취 지속률, 상담 후 재구매율을 함께 봐야 합니다. 제품이 서랍에 쌓이면 정기배송이 곧 해지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원문 출처: 모비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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