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간 매일 AI와 대화한 사람의 결론 — 도구보다 취향, 인풋보다 비움, 그리고 사랑
뉴스레터 『데일리 프롬프트』를 3년간 매일 발행한 최소영이 본 AI의 미래. AI를 잘 쓰는 능력의 유통기한, 결과물을 고르는 취향, 비움과 사랑까지 AI 시대 역량을 짚었다.

첫 디자인 리뷰에서 “화려한데 심플하게 가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굳는다. 자리로 돌아가 화려한 시안 하나, 심플한 시안 하나를 따로 만들어 오고, 다음 리뷰에서 “둘 다 아닌데”를 듣는다. 우디디자인랩의 우디는 디자이너로 리뷰하던 시절 이 말을 꽤 들었고, 결국 알게 됐다고 말한다. 말이 안 되는 요청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못 정한 상태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것을. 요청한 사람도 무엇을 먼저 지킬지 모른다. 디자이너의 일은 시안 두 개가 아니라 그 우선순위를 대신 꺼내 주는 것이다. 모호한 디자인 피드백을 풀 때 쓰는 질문은 네 개다.
답이 하나면 그것이 화면의 중심이고 나머지는 모두 뺄 후보다. 문제는 두 개 이상 나올 때다. “가격이랑 후기요.” 화면이 복잡했던 진짜 이유가 여기 있다. 디자이너가 못한 게 아니라 요청한 사람이 둘 다 앞에 두고 싶었던 것이다. 이 답을 받는 순간 대화는 디자인 이야기에서 무엇을 앞에 둘지 정하는 이야기로 바뀐다.
형용사를 레퍼런스로 바꾸는 질문이다. ‘화려하다’는 사람마다 그림이 다르지만 화면 하나를 가져오게 하면 그림이 맞춰진다. 재미있는 건 가져오는 화면이 대부분 심플하다는 것이다. 배경색 하나를 과감하게 깔았거나 사진 한 장을 크게 넣은 식이다. 원한 건 ‘많이’가 아니라 ‘한 군데 세게’였다. 말로 설명하라면 못 하지만 보여 달라고 하면 된다.
심플은 넣는 게 아니라 빼는 결정이다. 그런데 리뷰에서 나오는 말은 대부분 더하는 이야기다. 배너 하나, 아이콘 하나. 그래서 뺄 것을 고르게 한다. 처음엔 “다 필요한데요”가 나오지만 하나만 달라고 하면 결국 고른다. 한 번 빼 본 사람은 두 번째에는 먼저 빼자고 한다.
가장 늦게 던지지만 가장 세게 먹힌다. 앞의 셋이 화면 안을 정리했다면 이 질문은 화면 밖에서 기준을 잡는다. B2B 어드민에서 화려함은 숫자가 한눈에 읽히는 것이고, B2C 커머스에서 화려함은 사고 싶어지는 사진이다. 같은 단어, 다른 정의다.
네 질문의 공통점은 ‘예’, ‘아니요’, ‘좋은 것 같아요’로 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를 고르거나, 화면을 보여 주거나, 무언가를 빼야 한다. 답을 모으면 중심 정보 하나, 레퍼런스 하나, 뺄 요소 하나, 타깃 유저 하나. 사실상 요구사항 문서다.
이 질문법은 디자이너만의 것이 아니다. 광고 소재, 랜딩페이지, 상세페이지 피드백에서도 ‘세련되게’, ‘임팩트 있게’ 같은 형용사가 오간다. 대행사라면 클라이언트 피드백을, 인하우스라면 경영진 피드백을 이 네 질문으로 받아 보자. 수정 횟수가 줄고, 결정의 근거가 남는다. AI가 시안을 쏟아 내는 시대에는 무엇을 남길지 고르는 판단 기준이 더 중요해지고, 개인의 감각을 반복 가능한 절차로 만드는 일이 팀의 속도를 가른다. 형용사가 오면 형용사로 받지 말자. 고르게 하고, 보여 달라고 하고, 빼게 하자.
모순된 요청이 아니라 우선순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보고, 시안을 두 개 만들기보다 질문으로 우선순위를 먼저 끌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유저가 딱 하나만 기억한다면 무엇인지, 화려하다고 느낀 화면을 보여 줄 수 있는지, 지금 화면에서 뺄 것 하나는 무엇인지, 가장 중요한 유저는 누구인지입니다.
네. 광고 소재, 랜딩페이지, 상세페이지 피드백에서 ‘임팩트 있게’ 같은 형용사를 중심 정보, 레퍼런스, 뺄 요소, 타깃 유저로 바꾸는 데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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