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 테일러가 9년 만에 브랜드 리론칭을 걸었다 — 광고보다 뉴스레터가 먼저였다
앤 테일러가 2017년 이후 첫 통합 캠페인 '디스 이즈 앤'으로 브랜드 리론칭에 나섰다. 서브스택 뉴스레터로 6개월 먼저 데운 순서가 핵심이다.

딘 크리스탈(Dean Christal)의 차고에서 시작된 이 움직임은 태생부터 조용할 수 없었다. 수십 년간 뷰티 업계가 숙명처럼 받아들여 온 모발 '손상'이라는 장벽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부모님의 차고에서 애플을 일으켰듯, 딘 역시 차고에서 미용 산업의 판도를 바꿀 준비를 마쳤다.
대대로 헤어 비즈니스를 이어온 집안 환경 덕에 딘은 현장의 페인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펌이나 염색 같은 화학 시술 시 모발이 푸석하게 망가지거나 뚝뚝 끊어져 녹아내리는 현상이다.
당시 업계의 패러다임은 명확했다. 신비로운 금발이나 파격적인 컬러를 얻으려면 모발의 건강은 기꺼이 포기해야 한다는 것. "아름다움은 고통을 수반한다"는 오래된 격언이 살롱 현장에서는 "아름다움은 파괴를 수반한다"로 왜곡돼 있었다.
특히 탈색은 모발에 가하는 화학적 폭력과 같았다. 디자이너들은 화학 약품에 절여진 고객의 모발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다 툭 끊어지는 순간의 공포를 경험하곤 했다.
기존 대기업들의 대안은 실리콘과 오일로 표면만 감싸는 일시적 눈속임에 불과했다. 딘은 표피적 임시방편이 아니라 모발 내부의 근본적 파괴를 막을 치유책을 원했다.
딘이 처음부터 '모발 심폐소생제'라는 새 카테고리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시작은 시장을 지배하던 모로칸 오일을 대체할 또 다른 실리콘 기반 헤어 오일 개발이었다.
그러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산타바바라(UCSB)의 화학자 크레이그 호커(Craig Hawker) 박사를 만나며 모든 것이 바뀌었다. 호커 박사와 동료 에릭 프레스리(Eric Pressly) 박사는 뷰티 산업과 접점이 전혀 없는 고분자 과학·재료 공학 분야의 권위자들이었다.
두 과학자에게 머리카락은 단순한 단백질 덩어리가 아니었다. '이황화 결합(disulfide bonds)'이라는 수많은 사슬로 엮인 정교한 건축물이었다. 강한 알칼리 약제가 닿으면 이 다리가 무참히 끊어지며 모발 구조 전체가 무너진다.
두 과학자는 딘의 설명을 듣고 단 하루 만에 가설을 세웠다. 끊어진 다리를 다시 이어 줄 분자 단위의 새로운 링크를 만들면 된다는 직관적 결론이었다.
"끊어진 결합 사이에 분자 다리 하나를 새로 놓으면 끝나는 문제 아닌가요? 건축물 다리가 끊어졌을 때 보강 공사를 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기존 뷰티 대기업 연구소들이 향과 질감, 즉각적 사용감이라는 표피적 요소에 집착할 때, 두 과학자는 신소재를 개발하듯 모발의 유기화학적 결합에만 몰두했다. 화장품 레시피를 변주하는 수준을 넘어 분자 구조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패러다임 전환이었다.
이 가설에서 올라플렉스의 핵심 성분 '비스-아미노프로필 디글리콜 디말리에이트'가 탄생했다.
기존 트리트먼트처럼 모발 겉면을 실리콘으로 코팅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이 성분은 모발 내부로 직접 침투해 끊어진 황(S) 결합 사이에 포개어지며, 스스로를 희생해 양쪽을 단단히 묶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끊어진 뼈를 붙이는 깁스이자, 찢어진 그물을 깁는 바늘이었던 셈이다.
올라플렉스는 손상된 모발을 근본적으로 복구하는 물질을 내놓으며, 바르면 일시적으로 좋아 보이는 척하던 기존 유화제 시장의 종말을 고했다.
헤어 디자이너들이 독한 표백제에 이 액체를 섞어 쓰기 시작하면서 기적은 현장에서 먼저 증명됐다. 머릿결이 상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현상을 목격한 전문가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올라플렉스는 단 하나의 성분, 단 하나의 특허만으로 수조 원대 시장을 개척해 냈다. 마케터들의 화려한 수식어가 채우지 못했던 공백을 과학적 기능성이 완벽하게 메운 것이다.
시장은 배신당해 왔고 소비자는 지쳐 있었다. 수많은 브랜드가 기적 같은 모발 재생을 외쳤으나 대개 과장 광고로 끝났다.
딘 크리스탈은 마케팅 대행사를 찾아가 유려한 형용사를 쇼핑하는 대신 정공법을 택했다. 직접 샘플 병을 들고 할리우드의 전설적 컬러리스트 트레이시 커닝햄(Tracey Cunningham)을 찾아간 것이다.
트레이시는 기네스 팰트로, 제니퍼 로페즈, 킴 카다시안 등의 헤어를 책임지는 거물이었다. 이런 인물에게 어설픈 제품을 들이미는 것은 커리어를 끝내겠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았다.
트레이시는 속는 셈 치고 바로 다음 날 고객 모발에 테스트를 감행했다. 보통 대여섯 번의 거친 탈색을 거치면 모발은 지푸라기처럼 바스러진다. 그러나 올라플렉스를 섞어 시술하자 모발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건강한 탄력과 윤기를 내뿜었다.
"딘, 이거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이건 마법이야! 난 이제 이 약병 없이는 절대 염색 시술을 하지 않을 거야. 내 단골 스타들이 모발이 녹았다며 날 고소할 일은 이제 영영 없겠어!"
백 마디 광고 카피보다 현장 거장의 이 한마디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신호탄이 됐다.
올라플렉스의 성장은 기존 뷰티 공룡들의 마케팅 문법을 비웃었다. 수조 원 예산의 전통 매체 광고 대신 소셜 미디어라는 파도에 올라탄 것이다. 2014년 당시 막 태동하며 시각적 임팩트를 극대화하던 인스타그램이 최적의 무대였다.
전 세계 헤어 디자이너들이 자발적으로 시술 전후(Before & After) 사진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필터 없이도 증명되는 모발의 윤기와 복구력이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살롱 체어에 앉은 고객들이 먼저 스마트폰을 들이밀며 "이 피드에 나오는 그 제품으로 시술해 달라"고 요구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공급자가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공급을 강제하는 완벽한 시장 역전이었다.
| 시점 | 성과 |
|---|---|
| 출시 4개월 | 전 세계 7,000개 살롱 진입 |
| 글로벌 유통 계약 후 6개월 | 거래처 10만 개, 매출 수천만 달러 돌파 |
차고에서 비커를 휘젓던 작은 스타트업이 1년 만에 거대 뷰티 기업들을 위협하는 메기로 돌변했다.
2015년, 세계 최대 뷰티 기업 로레알(L'Oréal)이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협상 과정에서 올라플렉스는 기업 실사의 일환으로 핵심 기술 특허와 미공개 포뮬러, 영업 비밀을 로레알 측에 공유했다.
그러나 협상은 결렬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로레알 산하 브랜드에서 올라플렉스의 핵심 메커니즘과 유사한 모발 보호 성분 제품들이 잇달아 출시됐다.
| 시점 | 판결 |
|---|---|
| 2019년 | 미 델라웨어 연방법원 배심원단이 로레알의 특허 침해·영업 비밀 도용을 인정, 약 1,100억 원(9,100만 달러) 손해배상 판결 |
| 2021년 | 미 연방항소법원이 1심을 완전히 뒤집고 로레알의 손을 들어줌 |
항소법원은 올라플렉스가 영업 비밀이라 주장한 기술 정보들이 이미 공개된 영역에 있거나 법적 보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배상금 판결은 무효화되고 소송은 합의로 종결됐다.
승리를 확정 짓지 못한 올라플렉스는 시장 방어선에 타격을 입었다. 후발 주자들의 유사 제품 진입을 막을 독점적 법적 장벽이 사실상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위기는 그들을 급성장시켰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됐다.
올라플렉스는 즉각 해당 성분을 제외한 리뉴얼 버전을 공급하고 수백 페이지 임상 테스트 데이터를 공개하며 정면 대응했다. 법원도 개별 소비자의 모발 손상이 오직 올라플렉스 때문이라는 인과관계 증거가 부족하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법적으로는 혐의를 벗었지만 시장의 시선은 이미 냉담해진 뒤였다. 한때 하늘을 찌를 듯했던 주가는 고점 대비 90% 가까이 폭락했다.
설상가상으로 핵심 발명자 중 한 명인 에릭 프레스리 박사가 회사를 떠나 '에프레스(Epres)'라는 독자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올라플렉스는 후발 주자뿐 아니라 자신들의 기술적 유전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원천 개발자와도 경쟁하게 됐다.
위기에 직면한 올라플렉스가 선택한 카드는 다시 '기본'이었다.
2026년 3월, 독일 글로벌 화학·뷰티 기업 헨켈(Henkel)이 올라플렉스를 14억 달러(약 2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2021년 상장 당시 수십조 원에 달했던 기업가치와 비교하며 헐값 매각이라는 냉소적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헨켈은 실적 둔화와 이미지 실추라는 표면적 악재 뒤에 가려진 올라플렉스의 독보적인 '모발 결합 원천 기술'의 본질적 가치에 주목했다. 자사 글로벌 유통망과 자본력을 결합하면 브랜드 신뢰도를 조기 회복하고 프리미엄 헤어케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올라플렉스가 지나온 12년은 시장에서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역설적이게도 그 역사 자체가 거대한 '연결'의 과정이었다. 과학과 미용이라는 다른 도메인을 융합했고, 전문가의 살롱 영역을 대중의 일상으로 확장했으며, 신뢰 위기 속에서 글로벌 자본과 결합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첫째, 기능적 우위가 없으면 마케팅은 공백을 못 메운다. 이 사례의 출발점이다. 단 하나의 성분, 단 하나의 특허로 시장을 열었다. 광고 없이 성장한 다른 사례는 광고비 없이도 잘 파는 브랜드들의 공통점: 올리브오일 그라자에서 배우는 성장 전략에 있다.
둘째, 첫 고객을 대중이 아니라 전문가로 잡는다. 트레이시 커닝햄 한 명의 검증이 광고 예산보다 강했다. B2B2C 구조에서 현장 전문가가 곧 유통이자 미디어가 된다.
셋째, UGC를 유도하지 말고 증명 가능한 결과를 준다. 전후 사진이 자발적으로 퍼진 이유는 캠페인 설계가 아니라 필터 없이도 보이는 차이 때문이었다.
넷째, 인수 실사에서 무엇을 넘길지 미리 정한다. 로레알 협상 결렬 후 유사 제품이 출시됐고, 항소심에서 영업 비밀 보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나왔다. 기술 기업에 가장 실무적인 교훈이다.
다섯째, 성장을 만든 채널이 위기도 만든다. 인스타그램이 올라플렉스를 키웠고, 탈모 논란도 같은 경로로 퍼졌다. 채널 의존도는 양방향이다.
여섯째, 규제 리스크를 성분 단위로 관리한다. 릴리알 EU 금지는 마케팅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였지만 브랜드 정체성('안전한 과학')에 직접 타격을 줬다.
일곱째, 위기 대응은 다시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인플루언서 축소, 디자이너 유대 복원, 임상 데이터 공개. 화려함이 아니라 증거로 돌아간 선택이다. 뷰티 브랜드가 관습적 문법을 비껴간 다른 사례는 레어뷰티가 그리스 신화를 꺼냈다 — 뷰티 광고의 문법을 비껴간 정적 구성에서 볼 수 있다.
이 글은 브런치 게재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소개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비스-아미노프로필 디글리콜 디말리에이트 성분입니다. 모발 겉면을 실리콘으로 코팅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모발 내부로 침투해 화학 시술로 끊어진 이황화 결합 사이에 포개어져 양쪽을 다시 묶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합니다.
전통 매체 광고 대신 할리우드 컬러리스트 트레이시 커닝햄에게 직접 샘플을 전달해 현장에서 검증받았고, 이후 전 세계 헤어 디자이너들이 인스타그램에 전후 사진을 자발적으로 공유하며 확산됐습니다. 출시 4개월 만에 7,000개 살롱, 유통 계약 6개월 만에 거래처 10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2019년 델라웨어 연방법원 배심원단이 특허 침해와 영업 비밀 도용을 인정해 약 9,100만 달러 배상 판결을 내렸으나, 2021년 연방항소법원이 이를 뒤집었습니다. 주장된 기술 정보가 이미 공개 영역에 있거나 법적 보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탈모·두피 손상 주장이 소셜 미디어로 확산돼 소비자 28명이 집단 소송을 제기했고, 향료 성분 릴리알이 생식 독성 우려로 EU에서 금지됐습니다. 소송은 인과관계 증거 부족으로 기각됐지만 주가는 고점 대비 9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2026년 3월 14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실적 둔화와 이미지 실추 뒤에 가려진 모발 결합 원천 기술의 본질적 가치에 주목했으며, 자사 글로벌 유통망과 자본력을 결합해 브랜드 신뢰도를 회복하고 프리미엄 헤어케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계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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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테일러가 2017년 이후 첫 통합 캠페인 '디스 이즈 앤'으로 브랜드 리론칭에 나섰다. 서브스택 뉴스레터로 6개월 먼저 데운 순서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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