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 테일러가 9년 만에 브랜드 리론칭을 걸었다 — 광고보다 뉴스레터가 먼저였다
앤 테일러가 2017년 이후 첫 통합 캠페인 '디스 이즈 앤'으로 브랜드 리론칭에 나섰다. 서브스택 뉴스레터로 6개월 먼저 데운 순서가 핵심이다.

여행 앱을 켜면 비슷한 사진, 비슷한 별점, 비슷한 가격의 숙소가 끝없이 이어진다. 여행 준비에서 가장 오래 붙들려 있는 지점은 어디로 갈지가 아니라 무엇을 고를지다. 큐레이션이 경쟁의 축이 된다는 뜻이다.
여기어때가 일본 숙박 예약 플랫폼 리럭스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달부터 여기어때 앱에서 도쿄·오사카·후쿠오카는 물론 소도시 숙소까지 예약할 수 있게 된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확장 소식인데, 눈에 걸리는 대목이 있다. 여기어때가 국내에서 쌓아온 얼굴은 특가와 가성비였다. 반면 사들인 회사는 고급 호텔과 리조트, 료칸만 골라 보여주는 큐레이션 플랫폼이다.
국내 숙박 앱 시장은 사용자 수 순위가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 성숙 단계다. 패키지 시장은 전통 여행사에 이커머스까지 뛰어들며 출혈 경쟁 중이다. 국내에서 한 뼘 더 나아가는 일이 점점 비싸진다는 뜻이다.
여기어때가 눈을 돌린 일본 숙박 시장은 업계에서 한국의 6배 규모로 추정한다. 그리고 그 안에 이미 380만 명의 회원과 현지 숙소 계약 관계를 갖춘 리럭스가 있었다. 지역이 일본인 이유도 분명하다. 한국인이 가장 자주 찾는 해외 목적지이자, 일본인에게도 한국이 그렇다. 수요가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는 드문 관계라 플랫폼 하나로 양방향을 담을 수 있다. 여기에 료칸이라는 상징까지 있다. 값을 매기기 어려운 경험을 파는 숙소라 최저가 경쟁의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다.
방식이 핵심이다. 한국 앱을 번역해 내보내는 대신 일본인이 이미 쓰던 앱을 통째로 샀다. 신뢰는 시간이 쌓아야 만들어지는데, 그 시간을 돈으로 산 셈이다. 한국 플랫폼의 해외 도전이 번번이 얕게 끝난 이유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 문을 두드리는 대신 이미 열린 문을 산 쪽이 훨씬 빠르게 안으로 들어간다.
이 인수를 몸집 불리기로 부르면 절반만 설명하는 셈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중저가 중심에서 프리미엄 중심으로의 이동이다. 국내 OTA 시장은 할인 쿠폰과 마케팅비를 쏟아야 겨우 사용자를 붙잡는 구조다. 반면 하이엔드 숙박 시장은 객단가가 높고 한번 신뢰를 얻은 고객이 오래 남는다. 같은 예약 한 건이라도 남는 돈의 크기가 다르다.
다만 프리미엄을 '비싼 숙소'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것이다. 하이엔드 시장에서 고객이 지불하는 것은 시설의 등급이 아니라 검증에 대한 값이다. 누군가 먼저 확인해뒀다는 사실, 그래서 내가 실패를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 프리미엄은 가격표가 아니라 신뢰의 설계에 가깝다. 그래서 이 거래는 확장이 아니라 버는 방식의 전환이다.
여기어때는 리럭스가 취급하는 일본 하이엔드 숙소를 자사 앱에 공급하고 한국 여행 상품을 리럭스에 연동한다고 밝혔다.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를 한 구조에 놓겠다는 뜻이다.
사실 여기어때에게 큐레이션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국내에는 이미 상위 1% 숙소만 추려 보여주는 '블랙'이라는 프리미엄 라인업이 있다. 전문 큐레이터가 현장까지 검증해 고른 숙소만 올리는 방식으로 몇 년째 거래액을 키워왔다. 리럭스 인수를 큐레이션의 발견이 아니라 이미 검증한 공식의 수출로 봐야 하는 이유다.
숙박 플랫폼의 재고는 결국 비슷해진다. 같은 호텔이 여러 앱에 동시에 걸리고 가격 비교는 누구나 한다. 모두가 같은 목록을 같은 가격에 갖게 되면 남는 차이는 하나, 무엇을 골라 보여주느냐다. 큐레이션은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지우는 기술이다.
물론 아직은 계획서에 가깝다. 회원 수가 곧 거래액이 되지는 않는다. 리럭스가 일본에서 쌓은 신뢰가 한국 상품에도 그대로 작동할지는 별개 문제다. 이달 중순 예정된 앱 개편과 연내 숙소 연동 목표가 첫 시험대이고, 여기어때 앱 안에서 일본 숙박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정직한 지표가 될 것이다.
더 어려운 쪽은 시스템 연동이 아니라 정체성이다. 특가 브랜드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아야 살고, 프리미엄 브랜드는 많은 것을 걸러내야 산다. 하나는 문을 넓히는 일이고 하나는 문을 좁히는 일인데, 여기어때는 이제 두 문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목록을 빠르게 늘리라는 압력 앞에서 골라내는 기준을 지킬 수 있는지가 이번 인수의 승부처다. 리럭스를 여기어때답게 만들면 인수의 이유가 사라지고, 여기어때를 리럭스답게 만들면 기존 고객이 낯설어진다.
싸게 파는 회사에서 잘 골라주는 회사로. 이 한 줄을 바꾸기 위해 여기어때는 해외 기업 한 곳을 통째로 지불했다. 덩치를 키운 것이 아니라 쌓는 순서를 건너뛴 것이고, 건너뛴 순서는 언젠가 청구서로 돌아온다. 골라주는 회사가 되려면 무엇을 지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한데, 그 기준은 사들일 수 없는 유일한 자산이다.
리테일 브랜드가 큐레이션 역량을 다른 카테고리로 옮기는 사례는 컬리가 패션까지 넓힌다 — 큐레이션 역량을 비식품으로 옮기는 실험에서, 일본 시장 진출 구조 비교는 일본 진출 K-뷰티, 라쿠텐과 큐텐 재팬은 무엇이 다른가 — 비용·상품·정산 비교에서 볼 수 있다.
일본 숙박 시장은 한국의 약 6배로 추정되고, 한국인이 가장 자주 찾는 해외 목적지이자 일본인에게도 한국이 그렇습니다. 수요가 양방향이라 플랫폼 하나로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를 함께 담을 수 있습니다.
단순 확장이 아니라 중저가 중심에서 프리미엄 중심으로 버는 방식을 바꾸는 전환입니다. 하이엔드 시장은 객단가가 높고 신뢰를 얻은 고객이 오래 남습니다.
정체성 관리입니다. 특가 브랜드는 문을 넓혀야 살고 프리미엄 브랜드는 문을 좁혀야 사는데, 목록 확대 압력 속에서 골라내는 기준을 지킬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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