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 테일러가 9년 만에 브랜드 리론칭을 걸었다 — 광고보다 뉴스레터가 먼저였다
앤 테일러가 2017년 이후 첫 통합 캠페인 '디스 이즈 앤'으로 브랜드 리론칭에 나섰다. 서브스택 뉴스레터로 6개월 먼저 데운 순서가 핵심이다.

2018년 한 대기업 사내 공모 면접장에서 한 지원자가 말했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자는 방송국이 될 겁니다." 당시 기업 유튜브는 TV 광고를 모아두는 아카이빙 채널이었고, 기업 디지털 채널의 우선순위는 페이스북이었다. '유튜브 마케팅'이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이다.
그 지원자가 맡은 채널은 이후 국내 기업 최초로 유튜브 100만 구독을 넘겼다. 유크랩 대표 선우의성의 이야기다. 그는 지금 같은 장면을 두 번째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에는 기업이 아니라 개인에게서다.
"2018년엔 순서가 있었어요. 먼저 사람들의 시간이 유튜브로 이동했고, 다음으로 제작 인력이 이동했고, 마지막에 기업이 콘텐츠 공급자로 들어왔죠. 지금 똑같은 순서가 개인에게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회사를 잘 다니고 있는데도 굳이 개인을 브랜드로 만들어야 하는가. 그의 답은 검색 순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직 시장에서는 이력서보다 링크드인이 먼저 검색되고, 강연자를 섭외할 땐 그 사람이 발행한 글과 영상을 먼저 보고, 협업을 제안하기 전엔 SNS부터 살펴봅니다. 명함보다 채널이 먼저 확인되는 시대가 이미 와 있는 거예요. 직함은 회사가 주는 거고, 브랜드는 내가 쌓는 겁니다. 그리고 이 둘은 대립하지 않아요."
AI가 이 변화를 가속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AI가 실무 결과물을 상향평준화시키면 '일을 잘한다'는 것만으로는 구분이 안 됩니다. 보고서의 완성도, 기획안의 형식, 콘텐츠의 만듦새 같은 격차는 계속 줄어들 거예요. 그때 남는 질문은 '그 일을 어떤 관점으로 하는 사람인가'입니다. 그런데 관점은 이력서에 안 담깁니다. 관점은 콘텐츠에만 담깁니다."
관점이 변별력이 된다는 진단은 다른 조사에서도 반복된다. 어도비 조사: AI 시대에 브랜드를 가르는 건 관점이다 — SMB 79%가 동의에서 중소기업 응답자 다수가 같은 판단을 내놨다.
흥미로운 건 그가 독립을 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재직 중인 지금이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본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소재가 매일 공급된다. 콘텐츠를 멈추는 가장 큰 이유가 소재 고갈인데, 현업에 있으면 관찰과 질문이 매일 쌓인다. 독립하면 오히려 이 공급이 끊긴다. 둘째, 실패해도 잃을 게 없다. 월급이라는 안전망 위에서 콘셉트를 실험할 수 있는 시기는 재직 중뿐이다.
지금 시작하는 개인에게 승부처가 어디냐는 질문에 그는 한 문장으로 답했다. "제작의 장벽은 무너졌고, 기획의 장벽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여기 착시가 있어요. 만들기가 쉬워졌다는 건 만드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모두가 같은 도구로 비슷한 완성도를 낼 수 있으면, 차이는 완성도가 아니라 그 앞단에서 생깁니다. 무엇을, 왜, 어떤 순서로, 어떤 관점에서 말할 것인가."
그래서 그는 AI를 쓰지 않는 영역을 분명히 둔다. 기획, 그리고 차별화가 필요한 지점이다. "AI로 기획하면 한 70~80점은 나와요. 적당히 괜찮은 걸 하기엔 너무 쉬워진 세상인데, 정말 남들과 다른 걸 하려는 필드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을 깎아먹는 부분이 있어요."
그 '이후의 차이'를 그는 세 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기업 유튜브를 두고 "뭉툭한 채널의 미래는 없다"고 말해왔다. 개인에게는 더 가혹하게 적용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뭉툭하다는 건 이 채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한 문장으로 답하지 못하는 상태예요. 큰 기업일수록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뭉툭해지기 쉬운데, 그래서 요즘 잘하는 기업들은 아예 채널을 쪼갭니다. 그런데 개인은 채널을 쪼갤 수도 없고 예산으로 버틸 수도 없어요."
그가 사례로 든 건 토스의 머니그라피다. 금융 상품을 광고하는 대신 '금융을 쉽게'라는 브랜드 미션 자체를 콘텐츠로 구현한 채널이고, 주목할 점은 토스가 하고 싶은 모든 말을 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루는 주제와 다루지 않는 주제가 명확하다. 뾰족함은 더한 결과가 아니라 덜어낸 결과다.
그럼 자기 한 문장은 어떻게 찾는가. "내가 증명할 수 있으면서 남들이 아직 선점하지 않은 이야기에서 찾아야 합니다. 차별화된 콘텐츠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경쟁자가 안 하는 이야기에서 나오거든요."
그 자신의 문장은 '콘텐츠로 브랜드 팬덤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찾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다고 했다. "저는 없던 일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있던 일을 다르게 해석해온 사람이에요. 기업 유튜브는 제가 시작하기 전에도 있었습니다. 다만 저는 그걸 단순 홍보 채널이 아니라 미디어 자산으로 다르게 정의했죠."
흔한 실수도 두 가지 짚었다. 하나는 너무 넓게 잡는 것. "'마케팅을 다룹니다'는 콘셉트가 아니라 카테고리입니다. 모두에게 말하는 사람은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아요." 다른 하나는 콘셉트를 소개글로 착각하는 것. "콘셉트는 프로필에 쓰는 문장이 아니라, 콘텐츠를 반복한 뒤에 남들이 대신 말해주는 문장입니다."
두 번째 조건인 시스템을 그는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매번 새로 기획하지 않아도 콘텐츠가 나오는 상태입니다."
지속을 막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결정 피로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매번 '이번엔 뭘 만들지'부터 다시 시작하면 누구든 지칩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대개 안 하는 쪽으로 흘러가요. 시스템은 그 결정을 미리 해두는 일입니다."
미리 정해둘 것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여기에 AI를 얹으면 개인도 콘텐츠 스튜디오처럼 굴러갈 수 있다고 봤다. "AI를 영상 한 편 만드는 창작 도구로 쓰는 게 아니라, 기획에서 제작, 배포, 분석, 다시 기획으로 돌아오는 루프 전체를 돌리는 운영 인프라로 쓰는 거예요."
퀄리티와 빈도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답도 분명했다. "관점과 내 정의에 연결된 시리즈 기획을 잘했느냐, 여기에 에너지가 들어가야지 편집이 좋고 이런 건 부수적입니다. 100만 뷰짜리를 한 달에 하나 올리는 것보다 계속 올리는 게 낫거든요."
세 번째 조건은 반복의 결과가 어디에 남느냐다. 그 전에 정할 게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목적이다.
"이 활동으로 무엇을 얻으려는지 먼저 정의하고, 성공의 지표를 자기 자신과 합의해야 해요. 목적 없이 시작하면 팔로워 수 같은 남의 지표에 끌려다니다 지칩니다."
조회수가 안 나와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예시도 들었다. "제가 아는 세무 채널이 있는데 조회수가 엄청 안 나왔어요. 그런데 그 채널의 목적은 세미나를 열어서 실제 고객을 모으는 거였거든요. 그러면 한 달에 열 명만 모아도 목적을 달성한 거예요."
쌓는 순서도 있다. 많은 사람이 거꾸로 간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터뜨리는 것부터 시작해요. 그런데 화제성으로 유입된 사람이 도착한 곳에 쌓인 게 없으면 그냥 지나갑니다. 집을 짓기 전에 손님부터 부르는 셈이죠. 먼저 쌓아야 하는 건 신뢰 콘텐츠예요. 내 분야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검색하는 질문에 답하는 콘텐츠요."
검색되는 질문에 답하는 콘텐츠를 바닥 자산으로 깐다는 원칙은 AI 검색 환경에서도 그대로 통한다. 링크드인이 AI 인용 최적화 플레이북을 냈다에서 강조한 '크레더빌리티 스택'과 롱폼의 우위도 같은 구조를 가리킨다.
밈 활용도 같은 기준으로 정리했다. "밈 그 자체만 따라 하고 마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면 500만이 나와도 내 브랜드에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런데 내 관점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밈을 녹이는 사람은 그 500만이 엄청난 자산이 되는 거죠."
그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는 단어는 팬덤이다. 다만 뜻이 다르다. "단순히 열광한다는 게 아니에요. 다시 찾아오고, 다음 콘텐츠를 기다리고, 필요할 때 우리를 먼저 떠올리는 반복적인 신뢰 관계입니다. 좋아요는 그 순간의 반응이고, 팬덤은 반복되는 행동이에요."
개인에게도 팬덤이 꼭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없으면 안 되는 겁니다. 이건 미디어와 기업이 먼저 겪은 길이에요. 미디어가 유통을 독점하던 시절이 끝나고, 기업이 광고만으로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게 됐을 때, 살아남은 쪽은 팬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되면 잘 만드는 것으로는 구분이 안 되고, 결국 남는 건 나를 다시 찾아오는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입니다."
이 인터뷰의 구조는 개인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콘셉트·시스템·자산은 브랜드 채널 운영에도 그대로 쓰이는 진단 틀이다. 자사 채널을 놓고 세 질문을 던져보면 어디가 막혔는지 빨리 드러난다. 이 채널을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담당자가 바뀌어도 콘텐츠가 나오는가. 조회수가 어딘가에 쌓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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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재직 중이 시작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는 게 인터뷰의 주장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현업에 있으면 콘텐츠 소재가 매일 공급되고, 월급이라는 안전망 위에서 콘셉트를 실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립하면 오히려 소재 공급이 끊긴다.
'마케팅을 다룹니다'는 카테고리이고 콘셉트가 아니다. 콘셉트는 내가 증명할 수 있으면서 경쟁자가 아직 하지 않는 이야기여야 한다. 또한 프로필에 써두는 문장이 아니라, 콘텐츠를 반복한 뒤 남들이 대신 말해주는 문장이다.
인터뷰의 답은 후자다. 관점과 정의에 연결된 시리즈 기획에 에너지를 쓰고, 편집 완성도는 부수적으로 본다. 100만 뷰짜리를 한 달에 하나 올리는 것보다 계속 올리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목적을 먼저 정의했는지에 달렸다. 세미나로 고객을 모으는 것이 목적인 세무 채널은 조회수가 낮아도 한 달에 열 명을 모으면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목적 없이 시작하면 팔로워 수 같은 남의 지표에 끌려다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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