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어교주해적단 더파이러츠는 어떻게 매출 570억을 만들었나 — 노량진 시세 블로그에서 시작한 콘텐츠 신뢰 3단계
노량진 수산시장 시세를 블로그에 올리던 인어교주해적단이 매출 570억 원 기업이 됐습니다. 무료 콘텐츠로 신뢰를 쌓고 유통에서 돈을 번 콘텐츠 마케팅 전략과 신뢰 3단계를 정리했습니다.

RFP를 받으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번엔 무엇을 새롭게 하지’다. 광고주도 새 방향을 기대한다. 그래서 타깃을 다시 정의하고, 반응 좋은 콘텐츠를 찾고, 새 채널과 크리에이터를 붙인다. 그런데 브루스의 영감노트 연재 ‘맥락을 설계하는 마케터의 판단’ 첫 편은 순서를 바꾸라고 말한다. 새로운 것을 찾기 전에 이 브랜드가 새로워질 수 있는 범위부터 확인하라는 것이다. 캠페인 제안서 전략의 출발점이다.
오랫동안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쌓은 F&B 브랜드가 1020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해 보자. 유행하는 밈, 요즘 말투, 10대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를 쓰면 될까. 필요할 수는 있다. 다만 그 순간부터 매 회의에서 확인해야 할 질문이 생긴다. 이걸 우리 브랜드가 해도 이상하지 않은가. 젊은 소비자에게 친근해지려다 기존 고객이 알던 품질의 이유와 태도까지 흐려지면, 캠페인은 주목을 얻고 브랜드는 잃는다.
필자가 맡았던 한 소비재 캠페인은 제품의 전문적인 이미지를 반복해서는 새 소비자에게 닿지 않았지만, 전문성을 버리고 갑자기 가볍게 말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전문적인 제품을 ‘나의 취향을 찾는 선택지’로 번역했다. 다른 캠페인에서는 기능 대신 소비자가 제품을 만나는 ‘저녁의 쉼’이라는 장면을 설계했다. 브랜드는 그대로였고, 브랜드가 사람을 만나는 장면만 달라졌다.
포맷, 크리에이터의 화법, 다른 문화의 문법, 플랫폼의 리듬을 빌리는 일은 필요하다. 문제는 빌리는 것과 바꿔 버리는 것을 구분하지 못할 때 생긴다. 형식과 말투, 채널별 표정은 바꿀 수 있지만 브랜드가 왜 존재하고 어떤 약속을 지켜 왔는지까지 바뀌면 새 캠페인이 아니라 다른 브랜드가 된다.
이 경계를 정하지 않으면 회의는 ‘재밌다’와 ‘우리답지 않다’의 감상 싸움이 된다. 경계를 먼저 합의하면 새로움은 취향이 아니라 전략의 문제가 된다.
특히 마지막이 중요하다. 한 번의 화제로 끝나는 아이디어는 비용을 소진하지만, 다음 캠페인에도 쓸 장면과 언어를 남기는 아이디어는 브랜드 자산이 된다.
필자는 예전에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담긴 제안서가 좋은 제안서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브랜드가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정확히 아는 제안서라고 말한다. 그 범위 안에서 아직 아무도 보지 못한 장면을 만드는 것이다. 이 판단의 틀은 브랜드 개성이 다시 중요해진 이유에서 말한 가드레일과 같은 방향이다. AI로 아이디어를 빠르게 뽑는 시대라면 제안서 작업에서 발견한 AI의 한계도 함께 참고할 만하다. 선택지를 늘리는 것보다 경계를 정하는 판단이 먼저다.
아이디어를 내기 전에 지켜야 할 것(핵심 가치·신뢰 이유·효용), 번역할 수 있는 것(언어·장면·메시지 순서), 실험할 수 있는 것(채널·포맷·크리에이터)을 먼저 나눠 합의합니다.
새로운 타깃에게 다가가는 것과 새로운 브랜드가 되는 것을 혼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형식과 말투는 빌려도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와 약속은 바뀌면 안 됩니다.
시의성, 브랜드 이름을 지워도 구분되는 고유성, 기존 고객 기준의 일관성, 캠페인 후에도 쓸 자산이 남는 축적 가능성 네 가지로 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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