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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는 왜 레이싱과 GV90로 ‘욕망’을 만드나 — 이동이 서비스가 될 때 럭셔리 브랜드가 남기는 것

제네시스는 왜 레이싱과 GV90로 ‘욕망’을 만드나 — 이동이 서비스가 될 때 럭셔리 브랜드가 남기는 것

스타필드 매장에 놓인 붉은 하이퍼카

하남 스타필드의 제네시스 매장 한가운데 붉게 타오르는 차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GMR-001 하이퍼카, 세계내구선수권(WEC) 경주차를 실물 크기로 구현한 디자인 모델이다. ‘정숙함’과 ‘안락함’으로 알던 제네시스가 별도 고성능 영역 ‘마그마’를 만들고 레이싱팀을 꾸려 세계 내구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필자 광화문덕은 묻는다. 왜 하필 지금일까. 답은 럭셔리 브랜드 전략에 있다.

‘자동차를 잘 만든다’의 의미가 바뀐다

전기차: 완성차는 시스템 통합자가 된다

PC 산업은 표준화되며 CPU, 메인보드, 메모리를 각 전문기업이 만들고, 완제품 기업의 경쟁력은 모든 것을 직접 만드는 능력에서 최고의 기술을 골라 통합하는 능력으로 옮겨 갔다. 전기차에서도 배터리, 모터, 인버터, 전력반도체,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며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완성차의 기술력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역할이 바뀌는 것이다. 다만 기술만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아진다.

AI와 로봇: 규모의 장벽이 흔들린다

AI가 수요를 예측하고 로봇이 조립하며 디지털트윈이 공정을 시험하면, 작은 생산거점에서도 여러 차종을 만드는 마이크로 팩토리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거대한 공장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만큼 절대적인 경쟁력일지 질문이 생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서비스가 된다

완전자율주행이 고도화되면 자동차는 운전하는 기계에서 움직이는 공간, 나아가 서비스가 된다. AI, 반도체, 클라우드, 지도,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까지 경쟁자가 된다.

필요의 자동차와 욕망의 자동차

여기서 역설이 생긴다. 이동수단으로 완벽해질수록 차를 소유할 이유는 줄어든다. 그러면 시장은 둘로 나뉠 수 있다. 안전하고 저렴하게 데려다주면 되는 ‘필요의 자동차’, 그리고 없어도 불편하지 않지만 갖고 싶은 ‘욕망의 자동차’다. 질문도 ‘이 차가 왜 더 좋은가’에서 ‘왜 굳이 이 차를 갖고 싶은가’로 바뀐다. 스마트워치가 기능을 압도해도 롤렉스가 살아남은 것처럼, 기능에서 해방된 제품은 상징이 된다.

마그마는 과거를, GV90는 상징을 만든다

페라리와 포르쉐의 고성능 차가 특별한 건 수십 년간 쌓인 레이싱의 기억, 즉 헤리티지 때문이다. 젊은 브랜드 제네시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이것이고, 1950년대 르망 기록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방법은 지금부터 ‘미래의 과거’를 만드는 것이다. 레이스에서 실패하고, 완주하고, 언젠가 포디엄에 오르는 장면이 쌓이면 역사가 된다. 마그마가 만들려는 욕망은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도 이 차를 직접 운전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GV90는 아이콘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가깝다.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레인지로버, G클래스는 이름만으로 특정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기능이 상징으로 바뀐 것이다. 제네시스는 이들을 따라가기보다 여백, 절제, 공간, 환대라는 ‘한국적 럭셔리’의 문법을 만들어야 한다. GV90가 묻는 것은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도 이 차를 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가”다.

브랜드 전략가를 위한 시사점

럭셔리의 힘은 가격을 비싸게 붙이는 데가 아니라 소비자가 그 가격을 납득하게 만드는 가격 결정력에 있다. 필자는 이것이 한국 제조업 전체의 다음 문턱이라고 본다. 프랑스는 가방을 만들지만 루이비통을 팔고, 스위스는 시계를 만들지만 롤렉스를 판다. 기능이 평준화되는 모든 카테고리의 브랜드에 같은 질문이 남는다. 헤리티지는 과거에서 빌려 올 수도 있다. 불황기 ‘B급 레트로’로 신제품 리스크를 헤리티지로 대체한 사례가 그렇다. 반대로 88년 된 컬럼비아가 잃었던 괴짜 헤리티지를 되찾은 방식도 참고할 만하다. 기술이 보편화된 뒤에도 끝까지 남는 것은 사람들의 욕망을 만드는 능력이다.

자주 묻는 질문

제네시스는 왜 레이싱에 뛰어들었나요?

필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모터스포츠 헤리티지를 지금부터 쌓아 ‘미래의 과거’를 만들려는 시도로 봅니다. 운전이 의무가 아닌 시대에도 직접 운전하고 싶은 욕망을 만드는 프로젝트라는 해석입니다.

자율주행 시대에 자동차 브랜드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이동이 서비스가 되면 ‘필요의 자동차’에서는 브랜드 중요도가 낮아지고, 소유 이유가 감성과 상징에 있는 ‘욕망의 자동차’ 시장이 따로 남을 수 있습니다.

GV90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제네시스만의 럭셔리를 정의하는 아이콘 역할입니다. 여백·절제·공간·환대 같은 한국적 럭셔리 문법으로 이름만으로 이미지가 떠오르는 상징을 만들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원문 출처: 모비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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