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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가성비가 소비를 바꾼다 — '구라시보 효과'가 알려주는 브랜드의 자리

기분 가성비가 소비를 바꾼다 — '구라시보 효과'가 알려주는 브랜드의 자리

SNS에서 화제를 모으는 주사제가 있다. 이름은 '마음자로'. 유명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를 본떠 만든 이름이지만 실제 주사가 아니라 주사를 맞는 기분을 재현한 콘텐츠다. 투약 용량을 고르고 휴대전화를 배에 대면 진동과 함께 화면 속 주사액이 줄어든다. 다 맞고 나면 '구라시보 효과로 식욕이 사라졌다!'는 메시지가 뜨고, '마음이 허락한 저녁 메뉴'까지 추천해준다. 사용자들은 이 세심함에서 심리적 위안을 얻었다고 반응한다.

'구라시보 효과'라는 표현이 이 현상의 이름값을 한다. 실제 약이라고 믿는 것만으로 증상이 나아지는 플라세보 효과를 비튼 말이다. 위약도 아닌 화면 속 콘텐츠만으로 위안을 얻으니 '구라'라는 것이다.

기분경제에서 기분 가성비로

소비자가 기분을 관리하려고 지갑을 여는 시대를 '기분경제'라 부른다. 지금 관찰되는 것은 거기서 한 발 더 나간 지점이다.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심리적 효용은 최대화하려는 태도, 즉 기분 가성비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원하는 기분을 얻기 위해 소비를 마음껏 하기 어려워진 조건이 배경에 있다.

전략은 크게 세 갈래로 나타난다.

돈을 쓰지 않고 재미만 산다

일본에서 먼저 등장해 국내에도 같은 콘셉트로 만들어진 가상 쇼핑몰이 대표적이다. 실제 온라인몰처럼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가상으로 결제까지 하며, 로그인하면 리뷰도 쓸 수 있다. 상품은 현실에 없는 것들이다. '무한 증식 화분' 후기에는 "파를 심은 화분을 두고 여행 갔다 왔더니 증식해서 집에 파 냄새가 가득하다"는 불평이 달려 있다.

가상 배달 앱도 있다. 음식을 담고 주소와 연락처를 입력해 결제까지 하면 주문 접수 메시지, 배달 예정 시간, 배달기사의 실시간 이동 경로까지 표시된다. 다만 배달 완료와 함께 도착하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오늘도 잘 참았다!'는 메시지다. 비용과 열량 부담 없이 주문 과정의 기분만 취하는 구조다. AI로 앱 제작이 쉬워지면서 이런 가상 앱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최소 비용으로 고급스러운 기분만 취한다

5성급 호텔이나 파인다이닝은 특별한 대접을 받는 기분을 주지만 비용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느낌만 흉내 내는 우회 전략이 나온다. 숙박 대신 수영장·스파·라운지 같은 부대시설만 이용하고 호캉스 사진을 남기거나, 대중적인 뷔페에서 파인다이닝처럼 플레이팅한 사진을 남기는 식이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뷔페 '쿠우쿠우' 사진 리뷰가 그 사례다. 평범한 접시에 음식 몇 가지를 조합해 고급 레스토랑 플레이팅을 연출한다.

요리 경연 방송을 통해 '이븐하게' 같은 말이 유행한 것처럼, 지금 소비자는 고급 식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고급 경험에 대한 욕망도 일반화됐지만 젊은 소비자의 소비 여력은 크지 않으니, 재치 있게 느낌만 재현한다.

적은 돈으로 마음의 평화를 산다

소비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야외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가 당일 날씨를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대신 불안을 더는 방법을 찾는다. 미국 쇼핑몰 Etsy에서는 결혼식 날 비를 막고 맑은 날씨를 부른다는 '날씨 주문(weather spell)'이 한국 돈 5천 원에서 5만 원 사이에 거래된다. 실제로 날씨가 바뀐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느낌을 사는 것이다. 일종의 심리적 보험이다.

산업이 받는 영향: 듀프의 산업화

소비자가 비용을 최소화하는 흐름은 산업 구조를 바꾼다. 과거에는 실용적 소비에서 가성비를 찾더라도 감성적 소비나 상징적 소비에서는 높은 가격이 받아들여졌다. 지금은 재미도, 프리미엄 경험도 합리적 가격을 찾는 것이 기본값이 됐다.

그 결과 유명 브랜드의 성능을 모방한 '듀프(dupe)'가 유행을 넘어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매체 '비즈니스 오브 패션'은 지난 7월 뷰티 산업의 현 상황을 '슈퍼듀프 시대(Superdupe Era)'로 규정했다. 유명 디자이너 향수를 재현한 '도지어(Dossier)'는 듀프로 출발해 미국에서 월마트, 타깃, CVS, 부츠 등 주요 유통에 입점하며 자리를 잡았다.

마케터 관점의 시사점

주목할 것은 소비자의 태도다. 팍팍한 주머니 사정을 암울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슬기롭게, 때로는 엉뚱하게 대응한다. AI로 비용 없이 가상 콘텐츠를 만들거나 저가 제품으로 초고가 브랜드의 느낌을 연출하는 식이다. 전 세계 젊은 세대에서 떠오른 '윔지코어(Whimsy-core)'도 같은 맥락이다. 기발하고 엉뚱하다는 뜻의 whimsy를 추구미로 삼아, 일상을 알록달록한 동화풍으로 꾸미거나 엉뚱한 레시피를 만들며 팍팍한 현실을 밝게 전환한다.

브랜드에 요구되는 역할도 여기서 나온다. 고고한 브랜드도, 현실에 위로만 전하는 브랜드도 아닌, 친근하게 말을 걸며 일상을 파스텔톤으로 바꾸는 브랜드다.

실무로 옮기면 두 가지 판단이 따라온다.

첫째, 가격을 낮추는 것과 기분 가성비를 제공하는 것은 다르다. 할인은 지출 자체를 줄여줄 뿐이지만, 기분 가성비는 지출 대비 심리적 효용을 높인다. 가상 배달 앱이 파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주문하는 기분'이고 비용은 0원이다. 브랜드가 자사 경험에서 비용 없이 떼어낼 수 있는 감정 조각이 무엇인지 찾는 편이 단순 할인보다 남는 게 많다.

둘째, 이 소비의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확인해야 한다. 젠 알파 10대의 브랜드 취향은 엄마가 정한다가 보여줬듯 소비 주체와 결정 주체가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기분 소비도 마찬가지로 누가 돈을 내고 누가 기분을 얻는지 분리해서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세분화된 소비 패턴은 '평균 소비자'를 기준으로 짠 마케팅 설계와 충돌한다. 고객 여정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평균 고객'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에서 짚은 문제가 그대로 반복된다. 기분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는 평균 어딘가에 있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비용과 효용을 계산한다.

자주 묻는 질문

'구라시보 효과'가 무슨 뜻인가?

실제 약이라고 믿는 것만으로 증상이 나아지는 플라세보 효과를 비튼 표현이다. 위약조차 아닌 화면 속 콘텐츠만으로 심리적 위안을 얻는 현상을 가리킨다. 가짜 주사 콘텐츠 '마음자로'에서 쓰이며 확산됐다.

기분 가성비는 기분경제와 어떻게 다른가?

기분경제는 소비자가 기분을 관리하려고 지갑을 여는 현상이다. 기분 가성비는 거기서 한 발 더 나가,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심리적 효용은 최대화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고물가가 배경이다.

브랜드는 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단순 할인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할인은 지출을 줄여줄 뿐이지만 기분 가성비는 지출 대비 심리적 효용을 높인다. 자사 경험에서 비용 없이 떼어낼 수 있는 감정 조각을 찾아 제공하는 쪽이 효과적이다.

듀프가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근거는?

'비즈니스 오브 패션'은 지난 7월 뷰티 산업을 '슈퍼듀프 시대'로 규정했다. 유명 디자이너 향수를 재현한 도지어(Dossier)는 듀프로 출발해 미국에서 월마트, 타깃, CVS, 부츠 등 주요 유통에 입점했다.

원문 출처: 모비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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